마리가 똥을 굴리는 이유 下

동바와 포리와 헤어지고 저희 셋은 마을로 돌아왔어요. 아직도 파르르 떨고 있는 찌르와 깨비를 위로해야겠어요.
“괜찮아. 마리에게 사과하면 받아줄 거야.”
“정말?”
“그럼 지금 당장 마리한테 가자. 파리 떼가 공격해 오기 전에!”
역시 찌르와 깨비는 행동이 빨라요.
마리 집에 다다르자, 깨비가 마리네 집 쪽을 가리켰어요.
“어? 저기, 마리 아냐?”
마리는 오솔길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어요. 저희는 마리를 뒤쫓았어요.
오솔길에서 멈춘 마리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쉬더니 똥을 굴리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오솔길이 말끔해졌어요.
“와, 정말 대단해!”
“그 많던 똥을 마리 혼자 다 치웠어.”
찌르와 깨비가 감탄하는 사이, 마리가 땀을 닦고는 또 어디론가 급히 가요.
“빨리 쫓아가자!”
마리가 향한 곳은 소 아저씨네 외양간이었어요.
“안녕하세요.”
“마리 왔니? 오랜만이구나. 어째 오늘은 다른 때보다 피곤해 보이네?”
“한동안 일을 안 했더니 마을이 지저분해졌더라고요. 그걸 다 치우고 오느라 그래요.”
“그러고 보니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어디 아팠니?”
“마음이… 아팠어요. 저한테 똥 냄새가 난다고, 친구들이 저를 싫어하거든요.”
“저런, 속상했겠다. 친구들에게 왜 네가 그런 일을 하는지 설명해 주지 그랬니.”
“제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으스대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그리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면 나중에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엄마가 그러셨어요. 아차,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실은 똥이 좀 부족해서 왔어요. 오랫동안 꽃들에게 거름을 안 줬더니 시들시들해졌어요. 조금만 가져갈 수 있을까요? 요 앞에 꽃들에게만 주면 돼요.”
“하하. 얼마든지 가져가렴.”
“감사합니다!”
“내가 더 고맙지. 네 덕분에 우리 집도, 마을도 깨끗하니까.”
마리는 소 아저씨에게 받은 똥을 굴려 오솔길 옆 꽃밭으로 향했어요.
“마리야!”
깨비가 마리를 불렀어요.
“깨비? 네가 여기 왜…. 아니, 너희들 다 여기서 뭐해?”
“네가 그동안 오솔길을 치워준 거였어?”
“아… 뭐. 그게 내 일이니까.”
깨비가 마리를 안고 엉엉 울어요. 찌르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서는 마리에게 뛰어가요.
“미안해, 마리야. 그런 줄도 모르고 냄새난다고 놀리기만 해서.”
저도 마리에게 한마디 해야겠죠?
“마리야, 고마워. 그런데 좀 서운하다. 친구인데 어떻게 말 한마디 안 해줄 수 있어? 앞으로는 꼭 이야기해,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모두!”
“아, 알았어.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으면 너희가 오해하지 않았을 텐데…. 나도 잘못했어, 미안.”
“이제부터는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 사이좋게 지내자! 그리고 다 같이 마리를 도와서 마을을 깨끗하게 하는 거야. 어때?”
“와, 찌르만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야미도 똑똑하구나. 좋아, 대찬성!”
“저기, 그래도 난 똥 굴리는 건 자신 없어.”
찌르의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어요.

우리 마을이 요즘 얼마나 깨끗한지 몰라요. 마리가 거름을 부지런히 뿌려둔 덕분에 오솔길의 나무는 울창하게, 꽃들은 더 화사하게 자랐어요.
저기 마리가 또 똥을 굴리고 있네요. 찌르와 깨비, 포리와 동바가 손을 흔들어 인사해요. 마리도 반갑게 인사해요.
“안녕,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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