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마리에게 사과하면 받아줄 거야.”
“정말?”
“그럼 지금 당장 마리한테 가자. 파리 떼가 공격해 오기 전에!”
역시 찌르와 깨비는 행동이 빨라요.
마리 집에 다다르자, 깨비가 마리네 집 쪽을 가리켰어요.
“어? 저기, 마리 아냐?”
마리는 오솔길 쪽으로 뛰어가고 있었어요. 저희는 마리를 뒤쫓았어요.
오솔길에서 멈춘 마리는 숨을 한 번 크게 내쉬더니 똥을 굴리기 시작했어요. 순식간에 오솔길이 말끔해졌어요.
“와, 정말 대단해!”
“그 많던 똥을 마리 혼자 다 치웠어.”
찌르와 깨비가 감탄하는 사이, 마리가 땀을 닦고는 또 어디론가 급히 가요.
“빨리 쫓아가자!”
마리가 향한 곳은 소 아저씨네 외양간이었어요.
“안녕하세요.”
“마리 왔니? 오랜만이구나. 어째 오늘은 다른 때보다 피곤해 보이네?”
“한동안 일을 안 했더니 마을이 지저분해졌더라고요. 그걸 다 치우고 오느라 그래요.”
“그러고 보니 얼굴이 많이 상했구나. 어디 아팠니?”
“마음이… 아팠어요. 저한테 똥 냄새가 난다고, 친구들이 저를 싫어하거든요.”
“저런, 속상했겠다. 친구들에게 왜 네가 그런 일을 하는지 설명해 주지 그랬니.”
“제가 대단한 일을 한다고 으스대는 것처럼 보일까 봐요. 그리고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열심히 일하면 나중에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엄마가 그러셨어요. 아차, 이 이야기를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실은 똥이 좀 부족해서 왔어요. 오랫동안 꽃들에게 거름을 안 줬더니 시들시들해졌어요. 조금만 가져갈 수 있을까요? 요 앞에 꽃들에게만 주면 돼요.”
“하하. 얼마든지 가져가렴.”
“감사합니다!”
“내가 더 고맙지. 네 덕분에 우리 집도, 마을도 깨끗하니까.”
마리는 소 아저씨에게 받은 똥을 굴려 오솔길 옆 꽃밭으로 향했어요.
“마리야!”
깨비가 마리를 불렀어요.
“깨비? 네가 여기 왜…. 아니, 너희들 다 여기서 뭐해?”
“네가 그동안 오솔길을 치워준 거였어?”
“아… 뭐. 그게 내 일이니까.”
깨비가 마리를 안고 엉엉 울어요. 찌르도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서는 마리에게 뛰어가요.
“미안해, 마리야. 그런 줄도 모르고 냄새난다고 놀리기만 해서.”
저도 마리에게 한마디 해야겠죠?
“마리야, 고마워. 그런데 좀 서운하다. 친구인데 어떻게 말 한마디 안 해줄 수 있어? 앞으로는 꼭 이야기해,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모두!”
“아, 알았어.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으면 너희가 오해하지 않았을 텐데…. 나도 잘못했어, 미안.”
“이제부터는 이야기도 자주 나누고 사이좋게 지내자! 그리고 다 같이 마리를 도와서 마을을 깨끗하게 하는 거야. 어때?”
“와, 찌르만 똑똑한 줄 알았는데 야미도 똑똑하구나. 좋아, 대찬성!”
“저기, 그래도 난 똥 굴리는 건 자신 없어.”
찌르의 말에 모두 웃음이 터졌어요.
우리 마을이 요즘 얼마나 깨끗한지 몰라요. 마리가 거름을 부지런히 뿌려둔 덕분에 오솔길의 나무는 울창하게, 꽃들은 더 화사하게 자랐어요.
저기 마리가 또 똥을 굴리고 있네요. 찌르와 깨비, 포리와 동바가 손을 흔들어 인사해요. 마리도 반갑게 인사해요.
“안녕,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