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톱

‘어라? 엊그제 깎았는데 그새 또 길었네?’
내 손톱은 엄청난 속도로 자란다. 일주일에 두세 번은 손톱을 깎아야 한다.
우리 엄마 손톱은 항상 짧다. 엄마가 손톱을 자주 깎는 것도 아니다.
“엄마, 엄마는 왜 항상 손톱이 짧아요?”
“엄마는 손톱이 잘 안 자라.”
왜 엄마 손톱은 안 자랄까?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주방 일을 많이 하셨다. 매일같이 칼에 손이 베이고, 손톱이 부러지고, 뜨거운 기름이 튀어 화상을 입었다. 엄마 손은 온통 상처투성이다. 반면 내 손은 상처 하나 없이 곱다.
“내 손은 예쁜데 엄마 손은 하나도 안 예뻐요.”
내가 가끔 엄마와 손을 비교하면 엄마는 내 손을 만지작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게. 은현이 손은 정말 예쁘다. 엄마 손 안 닮아서 다행이야.”
엄마는 다쳐도 아프다고 한 적 없다. 하도 다쳐서 손이 미운 거라고 한 적도 없다. 나는 그런 엄마 손을 그러려니 하고 예쁜 내 손만 자랑했다. …왜 그랬을까. 엄마의 손톱 대신 내가 씩씩하게 자란 건데. 엄마의 손이 못생겨지는 동안 내가 곱게 자란 건데.
엄마의 상처는 보지 않고 나밖에 모르던 못난 딸이 이제 다짐한다. 아픔도 피곤함도 날려주는 비타민 같은 딸이 되겠다고, 상처뿐인 엄마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겠다고.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