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발소리

나는 엄마의 발소리를 알아듣는다. 어릴 때는 나만 가진 신비한 능력인 줄 알고, 스스로 ‘엄마 발소리도 아는 효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언니도 엄마의 발소리를 알아들었다. 우리는 계단에서 엄마 발소리가 들리면 후다닥 불을 끄고 자는 척하다가 엄마를 깜짝 놀라게 해드렸다. 엄마는 그런 우리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장단을 맞춰주셨다.
나와 언니는 커가면서 각자의 공간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가족끼리의 장난도 줄었다. 엄마의 발소리에 반응하지 않았고, 엄마를 반갑게 맞아드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한결같았다. 힘든 일이 있어도 우리가 걱정할까 봐 내색하지 않고, 우리에게 웃음을 주셨다.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엄마의 발소리는 아름답고 따듯하다. 엄마의 걸음은 우리를 위한 희생이고 사랑이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처럼 엄마 발소리가 들리면 애교스러운 장난으로 엄마에게 환한 미소를 선물해 드리련다. 엄마의 걸음에 힘이 되도록.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