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자국

어릴 때 나는 땅만 보고 다녔다. 어른들한테 대체 뭘 찾길래 땅만 보고 다니느냐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정말 찾긴 찾았다. 우습게도 떡볶이 한 컵도 사 먹기 힘든 돈이었다. 밖에서는 그렇게 고개를 푹 숙이고 다니다 시온만 오면 고개를 치켜들었다.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했고 내 생각만 옳다고 여겼다. 부모님의 키를 훌쩍 넘게 커서도 마음은 고집불통 어린 시절 그대로였다. 어느 날,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다들 ‘겨우 그런 일로?’라고 황당해할 수 있겠지만 나에게는 정말 역사적인 일이다.
성전을 정결하게 하는 청소 봉사를 맡았을 때다. 처음으로 성전 바닥을 유심히 보게 됐다. 여러 가지 무늬와 불규칙한 패턴의 타일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그런데 언뜻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구두 자국들이었다. 무릎을 굽히고 어정쩡한 자세로 바닥을 문질렀다. 구두 자국은 지워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에잇, 왜 이렇게 안 지워지는 거야.”
포기하고 일어서는 순간, 마치 이 구두 자국들이 내가 하나님 마음에 남긴 상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보다 강하고 뛰어난 사람이 많아 보이는 세상에서는 고개를 수그리면서, 자신을 낮추는 시온 가족들 앞에서는 내가 잘난 줄 알고 으스대던 교만. 도움의 손길을 뿌리치고 혼자 할 수 있다고 자부하며 내 뜻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화냈던 고집. 이 모든 잘못이 하나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지는 않았을까.
나는 다시 자세를 낮추고 구두 자국을 지웠다. 내 과오를 지우듯.
잘못을 알아차렸을 때, 후회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 진정한 회개는 죄에서 돌이켜 그 죄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그날 후로 매일매일 나 자신을 돌아본다.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다. 하나님 마음에 상처 자국이 나지 않을 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겸손과 아량으로 교만과 고집의 얼룩을 지워나가련다.
G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