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댁은 짜장면 배달도 오지 않을 만큼 외진 곳입니다. 그래서 가면 늘 할 것 없이 빈둥빈둥하다가 TV 보고, 빈둥빈둥하다가 식사하고, 또 빈둥빈둥하다가 돌아오는 게 일이었습니다.
지난번에는 부모님과 함께 할머니의 밭일을 도와드렸습니다. 20kg 비료 포대 수백 개를 밭으로 옮기는 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번쩍번쩍 들다가 나중에는 머리에 이고 옮겼습니다. 가볍기만 했던 포대가, 점점 제 머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것 같았습니다.
“젊은 나도 이렇게 힘든데 어머님은 얼마나 힘드시겠노.”
일하는 내내 아빠가 혼잣말처럼 말씀하셨습니다.
외할머니는 사고로 왼쪽 손가락을 거의 잃으셨습니다. 그래서 사시사철 고무장갑, 털장갑을 끼고 지내십니다. 자식들에게 흉측한 모습을 보이기 미안하고 싫으시다면서 손을 감추시는 것입니다. 그날도 할머니는 삽으로 비료를 떠서 밭에 뿌리셨습니다. 두 손이 성한 저도 하기 힘든 삽질을 묵묵히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프고, 한편으로는 할머니가 존경스러웠습니다.
그런 할머니를 위해 더 열심히 일을 돕는 아빠와 엄마를 보며 효도를 배웠습니다. 저도 부모님을 도와드리며, 부모님의 마음을 위로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