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주신 이유


나에겐 세 살 터울의 오빠가 있다.
나는 외동딸 친구들을 몹시 부러워했었다.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이 생겨도 오빠와 나눠야 했기에 내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갖지 못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 나는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고, 오빠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군 복무를 하고 있다. 처음 오빠가 군대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드디어 혼자 편하게 지낼 수 있다는 생각에 마냥 좋아했다. 오빠가 입대하는 날에는, 이른 새벽부터 준비하며 집을 나서는 부모님과 오빠에게 채 뜨지 못한 눈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지나자 오빠의 빈자리를 느꼈다. 학교에서 늦게 끝나면 밤길 위험하다고 집 앞에 나와 기다리고, 기분이 안 좋으면 장난치며 기분을 풀어주고, 먹고 싶은 거 사주고, 심심하다고 하면 놀아주던 오빠가 그리웠다.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았다. 유치원 때, 오빠가 과자를 먹으면 그 과자를 먹겠다고 막 울고 떼써서 오빠의 과자를 빼앗아 먹었고, 오빠가 장난감을 갖고 재밌게 놀면 그 장난감을 빼앗아 놀았다. 초등학생 때는 오빠가 무거운 준비물을 학교까지 항상 들어주었고, 집에 돌아갈 때는 높은 언덕에 있는 집까지 내 가방을 들어주었다. 중학생이 된 나는 사춘기가 찾아와 모든 일에 신경질을 부렸다. 오빠가 하는 말에도 짜증 내며 툭툭거렸다. 그러다 싸움이 나면 모두 오빠 잘못이라고 떠넘겼다.
나는 오빠 것을 빼앗고, 오빠에게 울고, 떼쓰고, 신경질만 내던 못된 동생이었다. 동생이란 이유로 오빠의 양보를 원했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화내고 짜증 낼 법도 한데 오빠는 많이 참아주고 나를 이해해 주었다. 오빠에게 참 고맙다.
시온 학생부의 맏언니가 되어 보니 오빠의 양보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식구 한 명 한 명에게 따뜻하게 말하고, 의견이 맞지 않아도 낮은 마음으로 상대방의 의견을 받아들여야 하고, 형제자매의 부족한 부분은 이해하고 작은 노력은 칭찬하며 더 많은 사랑과 양보를 해야 하는데, 어릴 적부터 사랑을 받으려고만 해서인지 내 모습은 서툴기만 했다.
하나님께서 오빠를 내 곁에 두신 이유를 알 것 같다. 오빠의 행동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배우고, 하늘 가족들에게 양보와 사랑을 더 베풀라는 뜻이 아닐까. 오빠가 있어서 감사하다.
이제 나는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그냥 지나치거나 불평하지 않고 그 안에 담긴 하나님의 뜻이 무엇일까를 생각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부족한 나에게 깨달음을 주셔서 예쁜 하늘 천사의 모습으로 변화시키시려는 아버지 어머니의 사랑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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