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대화를 신청한다!


‘심층탐구 가족학’을 읽을 때마다 저도 꼭 한번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습니다. 엄마, 아빠, 남동생 중 누구를 인터뷰하면 좋을지 생각하다 동생으로 정했습니다. 동생과 진지하게 대화를 나눈 게 초등학생 때가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고3, 동생은 고1인데 말이죠.

저는 외향적인 F(Feeling, 감정형), 동생은 내향적인 T(Thinking, 사고형)입니다. 저는 큰 동작과 목소리로 실감 나게 말하는 반면, 동생은 조곤조곤 말합니다. 예체능을 좋아하는 저와 달리 동생은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저는 동생에 대해 늘 궁금하고, 동생을 엄마처럼 챙겨주고 싶고, 여태껏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것을 다 알려주고 싶습니다. 저는 동생에게, 학교생활이든 믿음 생활이든 어렵고 궁금한 것들을 편하게 물어볼 수 있는 누나가 되고 싶은데, 동생이 고등학생이 되면서 제 관심과 애정을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 질문에 대답도 짧아지고요.

서운한 마음에 엄마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동생도 이제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엄마의 중재로 동생의 마음을 살짝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서로를 이해해 보고자 저는 질문을 줄이고, 동생은 조금 더 길게 대답해 주기로 타협했습니다. 동생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한 번 삼키고, 두 번 삼키고, 세 번까지 참은 다음 말합니다. 그러다 이번 기회에 동생과 길고 진지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자기소개 해주세요!


대전에 사는 고1 김현유입니다.


고등학교 생활은 어떤가요? 중학교 때와 다른 점이 있나요?


중학교 때와 특별히 다른 점은 없어요. 중학교 4학년이 된 기분이에요. 친구들과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비슷하고요. 다른 점을 굳이 찾는다면 등교 시간이 빨라져서 일찍 일어나야 하는 거요.


저는 고3답게(?) 진로 고민이 커요. 대학이냐 취업이냐, 대학에 간다면 수시냐 정시냐, 어떤 학교 어떤 학과냐…. 학생 막바지 때라 여러 갈래의 생각이 드네요. 주위에서 힘들지 않느냐고 묻는데, 솔직히 ‘고3’이란 타이틀이 부담스러울 뿐이지 상황이 힘들다고 느껴지지는 않아요.
동생은 요즘 고민이 있나요?


노력하는데도 시험 때마다 원하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또 교실 안에 저와 맞는 친구도 있지만, 맞지 않는 친구도 있어서 반 분위기에 적응하는 게 어려워요. 교회에서는 학생들을 어떻게 챙겨야 할지 고민이에요. 남학생 대부분이 곧 졸업하는 고3이고, 내년에 학생부로 올라오는 신입생도 없거든요.


해마다 달라지는 반 친구들과 친해지기가 어렵긴 해요. 공부 난도는 계속 올라가고요. 저도 학생부 맏이로서 후배들 두고 졸업하려니 고민이 많아요. 청년부 막내가 되면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할지도 걱정이에요. 그래도 졸업하기 전에 학교생활이든 학생부 생활이든 좋은 정보 전수해 줄게요. 동생은 엄연히 제 후배잖아요. 저같이 멋진 누나를 둔 심정은 어떤가요?


멋진 누나요? 그냥 누나 아닌가요?


진짜 현실 동생이네요. 그래도 누나가 누나답다고 생각될 때는 언제인가요?


맞춤법에 아주 예민할 때. 제가 조금이라도 맞춤법에 맞지 않게 쓰면 바로바로 고쳐주는데, 거기서 뿌듯함을 느끼나 봐요. 최근에는 제가 맞춤법을 잘 지키는지 별말 안 하지만, 가끔 고쳐줄 때마다 당황스럽네요.


뭐… 저는 엄마 아빠에게도 그러니까요.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게 재밌어요! 혹시 저와 지내면서 서운했던 순간이 있나요?


혼자 라면을 먹고 있는데, 누나가 한 입만 달라고 할 때요. 딱 한 봉지를 온전히 먹고 싶은데 누나가 방해하는 느낌이랄까요. 아, 그리고 누나가 한 번씩 집에 놓고 온 물건을 가져다달라고 할 때가 있어요.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조금은 귀찮은 제 마음을 알아주면 좋겠네요.


미안합니다…. 그래도 누나가 있어 좋은 점도 있죠?


휴일 아침에 부모님이 외출하신 날이었어요. 누나가 저보다 먼저 일어나서 제 몫까지 아침밥을 차려주었을 때 ‘아, 나도 배고팠는데 누나가 알고 내 밥까지 차려줬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제가 로션이나 선크림을 바르려고 할 때는 옆에서 이것저것 챙겨주고요. 주변에 외동인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누나가 저를 많이 챙겨주고 있다는 걸 느껴요. 그런 점에서 누나가 있어 참 좋다고 생각해요.


그럼 누나와 함께한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새노래 페스티벌이요. 1회부터 3회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어서 하나님께 감사드려요. 자신감이 없어서 오디션에서 탈락했다고 생각했는데 추가 합격 소식을 듣고 정말 감사했어요.
아, 이번 새노래 페스티벌 연습 때 기억에 남는 일이 있어요. 합창을 지도해 주신 당회장님이 제 앞을 지나가다가 멈추시는 거예요. 제 얼굴을 빤히 보시고는 미소 지으시더라고요. 누나랑 닮은 얼굴이라 그런가 봐요. 다른 분들도 누나와 제가 닮았다고, 보기 좋다고 해주셔서 쑥스러우면서도 재밌었어요.


저도 기억에 남아요. 동생과 함께 3회 연속 참여하다니 아직도 꿈만 같아요. 사실 우리가 같은 집에서 살아도 붙어 있을 일이 없잖아요. 새노래 페스티벌 기간에 한 공간에서 같이 먹고, 웃고, 노래를 불렀네요. 학생부 생활의 마지막 추억을 동생과 만들어서 하나님께 감사해요.
우리가 외모 말고 닮은 점이 더 있을까요?


엄마가 집안일을 부탁하셨을 때 말로는 싫다고 하면서도 결국에는 하는 모습이 둘이 똑같아요. 음식 취향도요. 누나가 가끔 야식을 먹자고 할 때가 있는데 메뉴 선정에 갈등이 없어요. 둘 다 제2외국어에 관심이 있는 점도 닮았네요. 저는 일본어, 누나는 포르투갈어. 그리고 한 우물만 파죠. 저는 일본어 공부, 누나는 악기 연주.
아, 취미는 다르네요. 누나는 악기를 연주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쪽이라면 저는 감상하는 걸 좋아하잖아요. 음료수 취향도 아예 달라요. 저는 탄산음료를 정말 안 좋아하거든요. 제가 봤을 때 이게 우리의 가장 큰 차이 같아요. 그래서 햄버거 세트 먹으면 제 음료수는 항상 누나 거죠.


꿈은 무엇인가요? 학창 시절 꼭 이루고 싶은 바람이 있나요?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일어일문학과에 진학한 다음, 일본어 통역 일을 해보고 싶어요. 중학교 때 일본어 방과후수업을 듣고 흥미를 느꼈는데, 지금까지 공부를 이어오고 있네요. 학창 시절 꼭 하고 싶은 일은 친구들과 함께 기차 여행 해보는 거예요. 추억을 만들고 싶거든요.


지금처럼 역사면 역사, 일본어면 일본어, 관심 있는 분야를 열심히 공부해서 나중에 좋은 행실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길 바랄게요. 마지막으로 누나에게 하고 싶은 말 있나요?


남은 학생부 생활 무사히 마무리하고, 청년이 될 준비 잘해. 지금처럼 성실히 활동하면서 보내면 좋겠다. 그리고 각자 원하는 목표를 꼭 이루자.




“응.” “글쎄.”
제가 동생에게 가장 많이 듣는 말입니다. 제가 이랬고 저랬고 하며 길게 이야기하면 “응”, 이거 먹을래 저거 먹을래 물어보면 “글쎄” 하고 아무 말이 없습니다. 그런 단답형 동생의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동생이 저보다 의젓하긴 합니다. 동생이 실수했을 때 제가 화를 내면, 동생은 자기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제게 감정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이야기하자고, 누나가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저를 진정시킵니다. 화는 제가 냈는데, 제가 혼난 느낌이 들더라고요. 생각해 보면 학생부 자매님들이 실수했을 때는 “괜찮아요. 그럴 수도 있죠”라고 상냥하게 말하면서 동생이 실수했을 때는 이해하지 못하고 나무랐습니다. 다른 형제자매님들에게 안 할 행동을 동생에게는 쉽게 하는 저 자신을 돌아보며 많이 반성했습니다.

동생! 미안하고 고마워. 누나가 너보다 2년 더 살아본 입장에서 너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네가 하고 싶은 일들에 대해 깊이 탐색해서 하나씩 이뤄가면 좋겠어. 학교생활도, 학생부 생활도 후회 없이 열심히 해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축복을 넘치게 받기를 바라. 누나가 언제나 응원할게. 사… 사… 사…아… 라… 앙…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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